영국이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를 설립하여 사회적 고립 문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외로움을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혁신적인 시도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국의 외로움부 설립 배경, 주요 정책, 그리고 이러한 접근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변화에 대해 살펴봅니다.
Britain appoints minister for loneliness
현대 사회에서 외로움은 점점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물리적으로는 더 연결된 것 같지만, 정작 정서적으로는 더 고립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영국 정부가 취한 혁신적인 접근법인 '외로움부' 설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외로움부의 탄생 배경
영국에서 외로움부가 설립된 배경에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습니다. 2016년,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하던 조 콕스(Jo Cox) 노동당 의원이 테러로 희생되었습니다. 평소 '외로움 협회'를 만들어 활동하던 그의 유지를 이어받아, 영국 정부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콕스위원회를 설립하고 외로움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2018년 1월 테레사 메이(Theresa May) 보수당 정부는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신설했습니다. 이는 우울증, 고독, 분노와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적 이슈로 인식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외로움부의 주요 정책과 활동
외로움부는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이 겸직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요 정책으로는 '연결된 사회(A connected society)' 5개년(2019-2023) 계획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계획은 크게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 외로움에 대한 낙인 완화
- 지속적인 변화 추동
- 외로움에 대한 지식 및 근거 축적
이를 위해 외로움부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전략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파트너십 기반 협력
- 검증·반복·학습 의지
- 영역·부처의 경계를 넘나드는 접근
- 예방적 접근 및 주요 트리거 포인트에 집중
- 지역 중심 대응과 개별적 접근의 중요성 인식
구체적인 활동으로는 외로움 관련 캠페인, 사회적 처방 등의 사업을 실행하고 있으며, 매년 연간보고서를 통해 전략 실행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처방: 외로움 해결을 위한 혁신적 접근
영국의 외로움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 중 하나는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입니다. 이는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이나 치료 대신 지역 사회 활동이나 서비스를 '처방'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을 겪는 환자에게 지역 봉사 활동이나 운동 클럽 참여를 권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외로움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성의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에 기반합니다. 사회적 처방을 통해 개인은 지역 사회와 더 깊이 연결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외로움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외로움부의 성과와 과제
외로움부 설립 이후, 영국에서는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더 이상 외로움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통해 외로움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외로움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단일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따라서 개인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한, 외로움 해소를 위한 정책의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국에의 시사점
영국의 외로움부 사례는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한국 역시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러한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고립예방센터'를 설립한 것은 주목할 만한 움직임입니다. 이 센터는 24시간 상담과 서비스 연계를 지원하는 '외로움 전담 조직'으로, 영국의 외로움부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단순히 조직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영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외로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이 필요할 것입니다.
나아가며
외로움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입니다. 영국의 외로움부 사례는 이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외로움을 사회적 차원의 과제로 인식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은 많은 국가에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외로움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영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구체적인 정책적 노력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보다 연결된, 그리고 덜 외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문제의 해결에 동참해야 합니다. 주변의 외로운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작은 대화나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의 노력, 그리고 개인의 작은 실천이 모여 우리 사회의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